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의 파업이 4일째에 접어들었다. 언론들은 앞다퉈 파업의 불법성과 경제손실을 기사로 다룬다. 3일간 파업으로 4200대의 생산차질로 420억의 손실이 났다는 식이다.

라인이 선 것은 현대차의 소형차 생산라인이다. 4천대를 못 만들어서 4백억의 손해가 났다면 현대차가 그동안 한대당 천만원의 이득을 내고 있었단 말인가? 그것도 소형차를 팔아서? 하긴 1박2일 G20 한번 했다고 경제효과가 20조니 30조니 하는게 저들만의 셈법이니 400억은 애교로 봐줄만 하기도 하다.

반면 수십조를 벌어들인다는 G20의 현금수입은 천억밖에 안 되듯이, 3일의 생산차질은 3일분의 잔업, 특근으로 메꿀수 있어 수당 몇억이 현금손실이라고 보면된다. 파업으로 현대차의 실제 손실액은 보도에 나온것의 백분의 일정도라고 보는게 일반인의 셈법인 셈이다.

파업의 원인이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마찬가지 셈법을 적용해야 한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느니, 생산성이 떨어진다느니 잔뜩 엄살을 피우고 언론은 그걸 그대로 받아적기 바쁘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1년에 약 1200억 정도다. 적은돈은 아니지만 현대차 순이익의 5%정도 밖에 안되는 돈이기도 하다. 생산을 안정화 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등 회사의 위험요인을 없에고 이미지를 높이는 비용. 그리고, 회사에서 주장하는 파업으로 일어나는 하루당 백여억의 손실 X 파업일수 등을 고려해보면, 1200억의 투자는 오히려 합리적인 경영선택이 된다.

회사가 위기상황이어서 이런 현금마련이 어려운가? 그렇지도 않다. 바로 몇일전 자동차 생산과는 상관도 없는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며 5조를 불렀던게 현대자동차다.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빚을 냈다는 소리도 없이 단독입찰이었으니, 현대차의 자금이 5조는 쌓여있다고 보는게 상식이다. 회사 재정사정 때문에 정규직화를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혹시 쌓아놓은 유보금이 없다면,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현대차 그룹은 매년 엄청난 액수의 배당을 한다. 상장사에서만 정몽구 회장이 333억, 정의선 부회장이 89억을 배당받았다. 또한 현대엠코 등 비상장사에서 받은 배당은 정의선 부회장이 96억, 정몽구 회장이 42억이다. 두 부자가 현대에서 받는 배당만 560억이다. 40억대의 정몽구회장 연봉을 빼도, 배당만 안 받아도 현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의 반이 마련된다.

사내하청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정부의 해석도 말이 안된다. 다른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현대로 잠입해 농성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현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현대 공장에서 파업을 파는데 그게 무슨 불법파업인가? 다른 공장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현대 공장안에서 일하도록 만들어놓은 것도, 그래서 그곳에서 파업을 할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것도 정부다.

정부와 재계의 말대로 지금 비정규직을 모두 철폐할 수는 없을 거다. 영세 중소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용형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은 충분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될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다. 또한 그 고용형태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불법인 회사다. 대통령이 강조하시는 공정한사회의 측면에서도 법치의 측면에서도 이번 파업 해결을 위해 현대차가 나설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