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위를 구르는 가랑잎소리가 마음을 긁는 계절입니다.
세월은 변함도 없고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우리곁에 다가오고 스쳐 지나갑니다.
올해 가을엔 단발머리의 첫사랑 소녀를 생각하면서
소담스런 국화다발을 사 보는 낭만스러운 일좀 해 보려고 했는데
벌써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와 버렸군요.
늦은 가을 오후에 화원에 들어가는 중년남자의 뒷모습도
어쩌면 멋져보일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뒷모습...
저는 며칠전에 천안연수원에서 행복플러스 교육을 받았습니다.
제가 좀 특이해서 그런지 교육체질이라서 그런지
교육받는것을 참 좋아 합니다.
자청해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지요.
이번 교육은 의무과정이지만 참으로 보람되고 훌륭한 교육이었습니다.
옆지기랑 같이 받았으면 더 좋았을걸..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과장진급후 파주연수원에서 같이 교육받은 교육동기생도
멀리 대구에서 올라오셨는데 참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뒷모습...
전국에서 올라온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고 겁도없이 나이만 먹어대는거 같더라구요.
제가 맨뒤에서 자리를 하고 있어서
직원들의 뒷모습을 본의아니게 살피게 되었는데,
뒷모습들이 많이 허전~~하시더군요.
세월의 흔적이 얼굴보다는 탈모에서 먼저 오는것 같더군요.
나름대로 판매도 많이 하시고 재테크에도 남다른 능력들이 있어서
충분한 부를 축적한 분들도 여럿 계시고...
아무튼 세월이라는 것이 사람을 늙게만 만든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풍요도 가져다 준것 같습니다.

신입사원의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점직원들의 평균연령도 많이 높아졌고,
예전같으면 한참 어른으로 여겨졌던 지점장들도 직원들보다
나이가 아래인 경우가 있어서 서로간에 처신에 대한
불편함도 호소하는 지점도 있는것 같더군요.
지점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관리자도 힘들고 지점직원들도 힘들다면 개선은 빠를수록 좋겠지요.

아울러 노동조합도 이러한 것에 맞추어서 정서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시위현장에 나부끼던,광대뼈가 튀어나오고
가난에 찌든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 걸개그림...
그런 모습은 더이상 우리들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배부른소리라고 질타할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신입사원시절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 보면
그때 당시엔 상상도 할수 없을 만큼 많은것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8천명중에 겨우 600여명 남짓하던 조합원의 숫자도
열배이상으로 늘어났고
저보고 빨갱이 꼴통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없어졌으니
이만하면 살만한 세상이 아닌가요?

그때의 노동운동은 몰래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조합원의 신분을 유지하는것 그 자체가 처절한 투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조합은 커다란 권력기관이 되어서
또다른 분열과 갈등을 확대재생산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지금의 분열된 모습으로 선배노동열사들에 대한 묵념을 해야할까요?
상대는 나와 생각이 다를뿐이지 틀리지 않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는지요?

뒷모습...
이제 우리는 우리의 뒷모습을 생각할때가 되었습니다.
형식적인 선배 노동열사에 대한 묵념도 좋지만
지금 같은길을 걷고있는 생각이 조금 다른 아주 조금 다른 동지라고 부르는
이와 무릎을 마주대고 공통의 고민을 해 보는것도 좋지 않을까요?
국가는 대통령의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이듯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주인입니다.

만추에...
몇년후면 이 회사를 떠날텐데 그때 우리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해 봅시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서울에서 [해당화]가 드림니다.


*삶은 희망입니다.